[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에 대한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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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ICI 작성일17-03-04 15:41 조회9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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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데일리 인터넷 칼럼에서 퍼온 글입니다. 링크 http://www.nextdaily.co.kr/news/article.html?id=20160928800050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에 대한 오만과 편견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 분투해왔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자칭 `소셜협력 도우미`로서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맘잡고 대표이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
지난 컬럼 말미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편견 혹은 몰이해를 짧게 언급했다. 오늘은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 몇 자 해보려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회적기업을 비영리조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인데 이것은 사회적기업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 흔하다. 사회적기업 경영자인 경우도 때로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중심이 흔들리며 사업전략과 우선순위 집행에서 판단 오류 혹은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사업구조로 봐서는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혼선에 빠지는 경우도 더러 본다.
비영리조직은 사업활동상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기부금이나 회비를 모금하지만, 이윤을 남기고 이해관계자에게 금전적 배당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은 명백히 이윤을 추구한다. 또한 영리기업만큼은 아니지만 법인세를 내고 남는 순이익을 가지고 필요 시 배당도 할 수 있다. 주주간 합의 하에 증자도 하고, 또한 할 수만 있다면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돈을 벌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쓰는 게 우선이니, 장단기 기준 투자자본 회수와 재무적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인 일반 금융자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투자 당위성이 없다. 그럼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재원을 조달해야 할 까. 국내에도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을 투자처로 삼아 투자를 집행하는 소풍(Sopoong)이나 SK행복나눔재단 같은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ent) 단체가 소수 있다. 이들 단체는 애초에 일반적인 금융투자의 기대수익률보다는 낮지만 장기 관점의 재무 투자를 집행하고 사회적/환경적 문제 해결까지도 기대하는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적기업은 기대수익률이 전혀 없이 기부금에 의존하는 비영리기관이 될 수 없다. 만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면 반드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이윤을 남겨서 임팩트 투자자가 기대한 사회문제 해결, 즉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고, 엄연히 투자자가 투자자본을 회수해가고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가라면 당연히 임팩트 투자자에 대해 사회적 가치만 강조할 게 아니라 재무적 투자 가치에 대해서도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가시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보면 사회적기업이 일반 기업에 비해 콩알만큼도 쉬운 게 없고 험난한 길임은 명백하다.
사회적기업은 돈 없는 사람들이 창업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편견 중 두 번째로, 사회적기업은 정부지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지원으로 말하면 이것저것 종류도 많긴 한데, 문제는 이것이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중심으로 지원이 집중되기 때문에, 사회적기업 창업 초기 이 혜택을 받을 만한 것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창업 후 1-2년 후 어찌어찌 어렵게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나중에 경험해 보면 알지만 인증 기간 중 사업지원 프로그램들(특히 직접적인 인건비 보조금 지원) 혜택을 입어 사업을 진행하다가 기한이 도래해 지원금이 끊겼을 때 그 후유증은 해당 사회적기업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단언컨대, 정부지원을 기대하고 사회적기업 창업을 하겠다면 순서가 잘못 된 것이다. 지원 규모와 종류로 말하면 일반 창업의 영역에서 지원사업 종류를 알아보고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백 번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창업자의 굳은 의지로 사회적 목적 달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이때는 굳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사업계획서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의 고객가치 제안과 수익창출구조를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재무적 손익분기점과 자본회수시점까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계량적인 일반기업 사업계획서로 가치 평가를 받는 것이 기술적으로(?) 유리하다. 노파심이지만 이렇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제 사회적가치 창출 사업을 벌이는 것이 훨씬 자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토대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다 사회적기업가 되기
지인 중에 돈도 잘 벌고 업계에서 명성을 쌓은 어떤 이가 있다. 서로 바쁘니 1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한데, 여하튼 만날 때마다 반가움은 잠시, 거기서 고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회적기업을 빨리 벗어나라고 대놓고 충고한다. 일부는 맞는 말도 있어 맞장구도 쳐주고 하다 보면 수위가 올라가고,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할 정도의 지독한 오만과 편견의 경지를 목도하게 된다. 사회적기업가를 한낮 정부지원에 기대 사업을 영위하는 민폐족으로 치부해버리는 이 가볍고도 가벼운 비사회적 감수성을 어찌 해야 할까. 나도 몇 년 전까지는 저랬을 거야 하고 이해를 해보려 노력하다가 결국 오기가 분출한다. 그 오기란 그럴수록 계속 실행에 집중해 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제임스 오스틴의 유명한 소설 <오만과 편견> 속 남녀 주인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이야기로 오늘 얘기 마무리한다. 상류귀족으로 뼛속까지 오만한 다아시와 변변찮은 가문이지만 확고한 신념과 씩씩함을 지닌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오만한 다아시를 시종 편견을 갖고 멀리 하지만 결국 그들 사이에 놓인 큰 장벽, 오만과 편견을 타파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줄거리다. ‘헬조선’이나 ‘흙수저’가 말해주듯, 우리사회는 생태계적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사회다. 신뢰와 협력, 관용의 가치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현실에선 오로지 경쟁으로 각자도생을 강요 받는 고단한 사회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를 믿고, 스스로 믿는 방향대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하는 것만이 세상을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구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먼저 헌신하다 보면 어쩌다 선한 영향력을 갖춘 사회적기업가로 크게 성공해 있을 것이다.